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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를 풀어내는 심리학 이야기

사후확신편향, 과거를 왜곡하고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는 생각의 함정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패자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_ 윈스턴 처칠

 

혹시 과거를 돌아보며 "아, 그때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혹은 주식 시장이 폭락한 후에 "이럴 줄 알았어!"라고 생각한 경험은요?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가 쉽게 빠져들기 쉬운 '사후확신편향' 때문입니다. 

 

사후 확신편향, 또는 후견 편향이로고도 불리는 이 인지편향은 우리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요, 종종 일이 발생한 후에야 마치 처음부터 그 결과를 예측했던 것처럼 생각하는 사고의 편향적 경향성을 말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생각해 볼까요? 위기가 터진 후, 많은 전문가들이 "이는 예견된 일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부동산 버블, 파생상품의 위험성, 은행의 무분별한 대출 등이 모두 명백한 위험 신호로 보이지만, 실제로 위기 직전에 이를 정확하게 예측한 사람은 극소수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사후확신 편향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또 스포츠 경기가 끝난 후 "역시 그 팀이 이길 줄 알았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하지만 정말 경기 전에 그렇게 확신할 수 있었을까요?

 

왜 우리는 사후확신편향(후견편향)에 빠지는 걸까?

  1. 통제하고 싶은 욕구 : 우리는 세상이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하다고 믿고 싶어 합니다.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은 불안감을 키우기 때문에, 과거 사건을 예측 가능했다고 믿으면서 미래도 예측할 수 있다고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2. 자아 보호 : 우리의 뇌는 스스로의 자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나는 이럴 줄 알았어!"라고 생각하거나 말하면, 우리 스스로 지적 능력이 뛰어나다고 느끼게 되고, 그것은 자아를 보호할 수 있다는 느낌과 함께 스스로 우월감을 느낄 수 있기게 되는 것입니다.
  3. 인지적 재구성 : 사건의 결과를 알게 되면, 우리의 뇌는 자동으로 그 결과에 맞춰 관련된 정보를 재구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일치하는 정보는 강화되고, 불일치하는 정보는 무시됩니다.
  4. 기억의 선택성 : 우리의 기억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결과를 알고 난 후에는 그 결과와 일치하는 과거의 정보들을 더 쉽게 기억해 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5. 인과관계 추론의 욕구 : 우리는 사건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찾으려는 강한 욕구가 있습니다. 이 또한 통제하고 싶은 욕구와 관련되는데요, 결과를 알고 난 후 외는 그 결과에 이르게 된 원인들을 쉽게 찾아 결론을 내리려고 합니다.

 

사후확신편향의 위험성

그렇다면 사후확신 편향은 왜 위험할까요?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1. 과신 : 자신의 예측 능력을 과대평가하게 만듭니다. 이는 특히 투자나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합니다. 객관적인 자료를 살펴보고 신중히 여러모로 살피지 않고 직관적인 예측에만 기대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많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2. 학습 방해 :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을 어렵게 만듭니다. "어치피 알고 있었어."라고 생각한다면,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 것 입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분석하고 생각과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동기가 사라지게 됩니다.
  3. 책임 회피 : 잘못된 결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나는 원래 그렇게 생각했어."라는 말로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고 책임을 회피하는 경향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4. 혁신 저해 : 새로운 아이디어나 접근 방식을 무시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었어."라는 태도는 호기심과 관찰력, 창의성과 혁신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5. 의사결정 왜곡 : 미래의 의사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과거 사건에 대해 정확한 성찰을 하지 못하고 왜곡되게 해석하면 미래의 유사한 상황에서도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사후확신편향을 극복하기 위한 실용적 팁

사후확신편향에 빠지지 않고 의사결정력을 높일 수 있는 방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몇 가지 실용적인 실천 방법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일기 쓰기 :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그 이유와 예상되는 결과를 기록해두세요. 나중에 실제 결과와 비교해 보면 자신의 판단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2. 다양한 시나리오 고려하기 :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가능한 모든 결과를 상상해보세요. 이는 단일한 결과에 집착하는 것을 방지합니다.
  3. 겸손한 태도 유지하기 : "나는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는 사실을 인정하세요. 이는 새로운 정보에 대해 더 개방적이고 객관적인 태도를 갖게 해 줍니다.
  4. 피드백 구하기 :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결정이나 예측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세요. 다양한 관점은 편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5. 확률적 사고 훈련하기 : 절대적인 예측 대신 확률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이럴 것이다" 대신 "이러할 가능 성은 몇 퍼센트나 될까?"라고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이는 흑백논리에 빠지지 않음으로써 상황을 좀 더 객관화해 보고 이에 대한 다양한 실용적 실천 방향을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사고방식입니다.
  6. 반대 증거 찾기 : 자신의 예측이나 믿음에 반하는 증거를 의도적으로 찾아보세요. 이는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주식을 구입할 때 확신에 찬 누군가의 말만 듣고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만 하여 덥석 구매하는 대신 반대 증거를 찾아보면서 더 디테일한 분석을 하고, 자신만의 투자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7. 과거의 예측 검토하기 : 과거에 했던 예측들을 주기적으로 검토해 보세요. 이는 자신의 예측 능력에 대해 더 현실적인 평가를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8. 전문가의 의견 참고하기 :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의견을 참고하세요. 이는 자신의 편향된  시각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미래를 향한 열린 마음

사후확신편향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인지적 특성입니다.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이를 인식하고 관리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예측능력을 과신하여 매몰되지 않도록 주의함으로써 더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고, 실수로부터 더 많이 배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엘 카네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과거를 이해하는 데 너무 자신감을 갖고 있으며, 그 결과 미래에 대해 과도한 불확실성을 갖게 된다." 이 말은 사후확신편향의 본질을 잘 설명해 줍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최근에 사후확신편향을 경험한 적이 있으신가요? 여러분의 경험과 생각을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함께 이야기 나누며 우리의 인지편향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봅시다.

 

과거는 명확해 보일지 모르지만, 미래에는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그러니 불확실함을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래를 맞이하면서 매 순간 최선의 판단을 내리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최선입니다. 우리에게 존재하는 다양한 인지편향들을 인식하고 그것들에 매몰되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더 나은 의사결정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